노이즈가든?1992-1999
DELUXE REMASTERED EDITION
발매 기념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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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전설과의 달콤했던 밀회.
15년만이었지만 그들의?‘노이즈’는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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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가든.’?록의 전설. 90년대 국내 헤비메탈 밴드의 선두주자.?홍대 앞 인디문화의 시초.?수많은 기사와 평론에서 노이즈가든을 이렇게 소개한다.?하지만?15년 만에 돌아온 이들을 단지?“전설이었다”?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부족했다.?그 어떤 말로도 그들의 오랜 내공이 보여주는 완숙미와 폭발적인 무대 장악력을 담아낼 수는 없었다.?노이즈가든의 뜨겁고도 열광적이었던 무대를 들여다보기 전에 먼저 노이즈가든,?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168:?안녕하세요.?먼저 인사 부탁드립니다.
윤병주:?네,?안녕하세요.?로다운30의 기타리스트이자 이번 노이즈가든 재결성 공연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윤병주입니다.
168;?굉장히 오랜만에 함께 하시는 무대이실 거라 생각하는데,?공연 전의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윤병주:?글쎄요.?예전에 했던 음악을 다시 하는 것인데요.?여태까지 무어라 말하려 했던 감정들은 이제 삭혀 내려간 것 같아요.오늘은 별 생각 없이 편합니다. ? (웃음)
168:?리마스터링 앨범?CD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기분이 어떠신가요?
윤병주:?앨범에 대한 평이나 글은 계속 있어 왔어요.?하지만 앨범을 구할 수 없어 이번 기회에 구매하시는 분도 계시고요.?리마스터링 앨범이라고 해서 새로 구입해주시는 분도 있으세요.?하지만 무엇보다 노이즈 가든을 몰랐다가 한 번 들어보려고 구입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면 그게 저한테는 가장 기분 좋은 일일 ?것 같습니다.
168:?오늘 셋 리스트를 소개해주신다면?
윤병주:?총?13곡을 준비했습니다.?다 외우지는 못하고요.(웃음)
1집과?2집의 곡을 아울러서 연주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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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40분 경.?공연 입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입장 대기 줄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길게 늘어선 줄만으로도 사람들이 얼마나 노이즈 가든을 기다려 왔는지 알 수 있었다.?연령층은 다양했다.?록 스피릿이 충만한?10대부터 삼촌,?이모뻘의?30, 40대까지.?개중에는 뮤지션들도 언뜻 보였다.?긴 줄 끝에 들어선?V-HALL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이 가득했다.?공연장 안은 사람들 뿐 아니라 그들이 내뿜는 열기로 꽉 차있었다.?에어컨이 세게 나오고 있기는 했지만 관객들의 흥분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 ?관객들의 흥분 바통을 처음으로 전달받은 건 헤비메탈 밴드 언체인드였다. “이렇게 역사적인 날에 함께 한다는 것이 벅차다.?오늘 여러분과 저희는 한국 음악 역사의 길이 남을 한 자락에 있다”는 인사말로 공연의 시작을 알린 언체인드는 노이즈가든?메들리로 초반 분위기를 잔뜩 고조시켰다.?언체인드의 에너지 넘치는 무대가 끝난 후,?단 한 마디 예고도 없이 노이즈 가든이 등장했다.?다소 무뚝뚝한 등장이었지만 넘치는 카리스마에 팬들은 환호를 날렸다.?관객들의 떼창과 함께 시작된 첫 곡은?<묻지 말아줘>.?박건의 목상태가?썩 좋지 않아 보였기에 걱정이 되었지만 기우였다.?박건 특유의 그로울링과 날카로운 음색이 살아나고 거기에 윤병주의 환상적인 기타가 더해지자 무대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박건이 직접 아낀다고 밝혔던?2집 수록곡?<또 다른 유혹>에서 박건이 객석과 직접 노래를 주고받으면서 객석의 떼창은 폭발하였다.
가끔?우리는 종종?‘예쁘다’거나?‘귀엽다’는 등의 형용사로 표현이 되지 않는 객체들을 볼 때,?할 말을 잃곤 한다.?말로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의 범위를 넘었기 때문이었는지,?노이즈가든에 대한 찬사와 존경의 의미였는지는 모호했지만 무대를 향한 객석의 괴성은 공연시간 내내 지속되었다.?사실 박건의 그로울링을 흉내 낸 것이었지만 마치 그 괴성을 듣고 있노라면 흡사 걸그룹의 콘서트 현장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오죽하면 박건이 스태프에게?“저분들 물이라도 좀 갖다 주라”고 일러둘 정도였으니까.
이 날 공연에는 노이즈 가든의 절친 밴드라 할 수 있는 언니네 이발관이 게스트로 함께 무대의 감동을 나누었다.?언니네 이발관의 보컬 이석원은?“오랜만에 박건의 노래를 들으니 가슴이 벅차오른다.”며?15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노이즈가든에 반가움을 표했다.?이어 그는?“박건이 비록 결혼해서 캐나다에 살고 있지만 앞으로도 노이즈가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다시 무대에 서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며 무대에 대한 애틋함을 표했다.?이 날 이석원은 노이즈가든?2집에서 직접 참여했던?<향수?Ⅱ>와 공연에서 자주 무대에 올리지 않던?<동경>과?<팬클럽>으로 무대를 꾸몄다.
이어진?2부 무대에서도 관객들의 끓어오른 에너지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박건은?“1집 곡을 들려드리려 한다.?센 곡들이 많기 때문에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곡을 시작했다. 1부 때 보다 훨씬 강한 사운드가 관객들에게 밀려왔고 관객들은 이에 유쾌한 환호로 답했다.?박건이 마이크를 객석으로 돌리자 더욱 큰 떼창이?V-HALL?전체를 감쌌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미련>, <타협의 비>?등?1집의 보석 같은 명곡들이 이어졌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날 공연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고,?노이즈가든은?<나는>과?<기다려>로 무대를 마쳤다.
15년 만의 만남은 팬들에게 설렘과 기대 그리고 만족감을 주었지만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기약 없는 재회였기 때문이다. 15년만의 만남 치고 너무나 찰나의 달콤한 밀회였다. 2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밀회에 빠졌던 관객들은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무대는 끝났지만 관객들은 남아있었고,?그들의 무대가 쉬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 해도 팬들은 남아있을 것이다.?오랜 시간 끝에 누리게 된 노이즈가든과의 재회가 미칠 정도로 뜨겁고 멋지기에.?나 역시 기다려본다.?노이즈가든,?그리고 노이즈가든을 추억하는 사람들과의 이 자리가 곧 다시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