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호>
대학밴드열전
<연세대학교 밴드 ‘소나기’>
그들에게 동아리란 수식어는 없었다.
다른 스쿨밴드와는 확실히 다른
‘탈(脫)’ 동아리 ‘소나기’를
온 몸으로 맞아보았다.
연세대학교 밴드 ‘소나기’. 그들과 연락되는 과정은 필자로 하여금 ‘차라리 전 국민이 중독되어 있는 EXO-K와 약속을 잡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와 총 동아리 연합회는 “소나기는 중앙 동아리가 아니기 때문에 저희와 관련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어렵사리 알아낸 써클룸 전화번호를 연신 두드려도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없었다. ‘아니, 학교를 대표하는 밴드가 중앙 동아리가 아니면 대체 뭘까? 그리고 전화는 왜 안 받지? 연세대학교판 9와 4분의 3 정거장인가?’라는 생각이 들자, 오랜만에 필자의 ‘기자 정신’이 발동됐다. 꼭 그들의 정체를 알아내리라. 벗겨버리리라(?).
하지만 무작정 연대로 찾아가 ‘거 소나기가 어디요?, 인터뷰 좀 합시다.’하는 것은 마치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여자에게 생얼을 찍자고 하는 것과 같은 무례한 짓이기에, 키보드 워리어였던 소싯적을 떠 올리며, 지금은 채널168 ‘검색왕’으로 개과천선한 본인의 실력을 발휘하였다.
결국 목소리만 들어도 미모를 짐작하게 만드는 ‘소나기’의 이쁜 은주 회장님과 연락이 닿으면서 어렵사리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써클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자마자 물어보았다. 당신들 도대체 정체가 뭐요?
“소나기는 엄밀히 말하면 중앙 동아리가 아니에요. 학교 내 학생 자치단체죠. 학생회나 동아리 연합회와 동급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중앙 동아리가 총 동아리 연합회의 지원을 받는다면, 저희는 학교가 직접 저희를 지원해요.”
총학생회와 동급이라니.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필자의 의문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써클룸의 전화기는 왜 대답하지 않았는지, 연세대학교 9와 4분의 3의 공간은 실존하는지, 사실 소문과 다르게 평소에 합주를 게을리 하기 때문에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캐물었다.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 틈만 나면 써클룸에 와서 연습해요. 그러다가 멤버 전원이 모이면 한번에 3 ~ 4시간 정도 연습하죠. 써클룸에 들어오면 연습에 집중하기 때문에 전화 소리를 못 들은 걸 수도 있어요(웃음).”
매우 의심스러웠지만 연세대학교 최고의 밴드답게 써클룸에 모이면 벨소리를 듣지 못 할 정도로 연습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던 모양이다. 과연 학교 대표 밴드라는 이름을 30년 넘게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번에 연세대학교 동문회장을 빌려서 ‘소나기’ 총동문회를 한 적이 있는데, 150명의 선·후배가 모였어요. 선배들 중에는 프로 뮤지션으로 전향하신 분들도 있고요.”
대표적으로 데이 브레이크의 이원석 씨가 소나기 출신으로 알려졌다. 실력도 끈끈함도 연세대 최고의 밴드라고 자부할 만 하다. 비결이 무엇일까?
“소나기에 들어오면 연세대학교 신입생 OT 공연이나 연·고전(혹자는 고·연전이라고 하는)같이 몇 만명이 모이는 대형 공연 경험도 쌓을 수 있고, 그 외 연합공연, 정기공연, 각 종 학교 행사 및 외부 행사 등등 타 밴드보다 많은 공연을 진행해요. 중요한 공연이 많다보니 연습도 당연히 훨씬 더 많이 되고,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는 것은 당연하고 같이 있는 시간도 많으니까 서로 더 끈끈해지는 것 같아요. 합주실이 2개나 있어서 연습 환경적인 면에서도 유리하고요.”
갑자기 어떤 곡을 주로 연주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들의 열정을 보니 말랑말랑 할 것 같진 않은데.
“Guns N` Roses의 음악을 좋아해요. 지금도 GnR의 곡 중에 연습하는 것이 있어요. 지금 트렌드와는 역행하는 곡들을 좋아 하는 편이죠(웃음). 하지만 공연 성격에 따라서 곡을 선정하기도 해요.”
강호의 Metal 죽어가는 지금, 13학번 푸릇푸릇한 학생들이 Rock의 전성기 음악을 좋아한다니. Metallica나 Skid Row를 좋아하지만, 직업상 트렌드를 타는 음악을 주로 듣는 필자는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제는 연세대학교 최고의 밴드, 아니 스쿨밴드 중 최고라는 것을 인정해야할 것 같다. 타 밴드보다 많은 합주 시간과 공연 횟수, 뛰어난 실력, 단체에 대한 자부심, 유구한 역사, 무엇보다 필자와 비슷한 음악적 취향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이 밴드.
자기들은 선배들에게 많은 까임을 받으며 이 자리까지 올라왔지만 본인들은 한사코 다정한 선배라고 주장하는 모습에서 다시 한 번 ‘기자 정신’이 발휘되었지만, 언젠가 다시 ‘소나기’를 마주쳤을 때 그 후배들이 지금의 13학번과 같은 멋진 모습이라면 답은 정해져있을 것이다. 사람은 만들어지는 법이니.
어느새 즐거운 인터뷰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그들이 합주곡을 들려주었다. Rock을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에 어느 순간 필자도 발 박자를 밟고 있었다. 깨달았다. 소나기의 보금자리 대강당 B20호에 캠퍼스의 낭만과 열정이 모두 있다는 것을. 그들의 연주가 필자의 마음 속 Play list에 수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