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중앙동아리
“Release”
너무나 진부하지만, 그녀들을 위해 적어본다
“나 이대 나올(?) 여자야~”
자신감 있고 당당하지만 과하지 않은, 이대 나올 그녀들의 이야기.
생전 처음으로 이화여대를 방문했다. 남자들은 알 것이라 믿는다. 여대 로망을….외부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학생문화관의 위치와 구조 덕분에 동아리 연습실을 찾느라 한참을 헤맸다. 이때 아니면 언제 이화여대 교정을 맘대로 거닐 수 있겠는가. 성공한 인생이다.
학생문화관에 들어서자 3층에 “Release“ 현수막이 보인다.
현수막에 그려져 있는 아름다운 분홍색 해골을 보니 갑작스레 머리가 멍해졌다…. "Release” 마크를 만든 분은 분명히 핑크를 좋아하는 의대생일거야. 옷도 핑크색에 마음씨도 핑크처럼 고운 분이겠지.?이름 모를 핑크녀를 주인공으로 음험한 상상의 나래를 펴다보니 어느새 인터뷰 장소인 341호에 도착했다. 341호의 문이 열리고, ‘인터뷰 시간이 된지도 모르고 평소처럼 합주에만 열중 했어요’라는 듯한 거짓 눈빛을 보내는 다섯 멤버와 마주했다. 사진촬영을 한사코 거부하는 그녀들에게서 소녀의 부끄러움이 느껴졌고, 연습실 구석에 가지런히 쌓여있는 빈 술병들에서 주지육림 속에서 살아가는 대학생의 젊음과 패기가 느껴졌다.
“13살을 맞은, 이화여대 유일의 중앙 락 밴드 ‘Release’입니다.
새롬(보컬), 서혜(기타), 소정(베이스), 혜원(키보드), 유경(드럼)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여자 다섯으로만 이루어진 밴드라…. 저 가녀린 몸에 기타를 메고, 젓가락 같은 팔로 드럼을 친단 말인가. 섬섬옥수(纖纖玉手)로 베이스를 튕기고 키보드를 때리는 모습이 낯설다.
"그렇게 느껴지세요? 멤버들이 다들 대학 들어오기 전부터 밴드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부드러운 노래부터 하드한 곡까지 장르를 안가리고 전부 좋아해요.”
메탈리카를 좋아한다는 베이스의 그녀가 필자의 말에 대답했다.
한방 먹었다. 이렇게 되자 내가 구시대적 사고방식에 갇혀 지내는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다른 질문을 던졌다.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밴드는 힘도 더 많이 들 것 같고,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의견충돌도 잦고 많이 싸웠어요. 하지만 밴드는 여럿이 하나로 뭉쳐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Release’는 기수 당 한 팀이고, 세션 별로 한 명 이에요. 도중에 포기하고 나가려면 그만한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죠.
사실 못 나가는 거나 다를 바 없어요(웃음).
사실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밴드라 장점이 더 많아요. 어디를 가나 환영 받는 분위기죠. 여대라는 이점 때문에 다른 대학 공연에 참가 할 수 있는 방법도 많고,
공연 잡기도 수월해요. ‘Release’는 여대치고 강한 음악을 즐기는 편이라 더 특별하게 봐 주시도 해요. 물론, 저희라서가 아니고 여대이기 때문에 있는 이점이에요(웃음).”
밴드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그녀들이다. 이번에는 매년 열리는 여대 연합 공연에 대해 물어봤다.
“매년 성신여대, 서울여대, 숙명여대 그리고 저희 ‘Release’가 참가하는 여대 연합 공연이 있어요.?저희는 올해부터 활동기수가 되어서 이제 공연에 참가하게 되었고, 그 전까지는 선배들의 공연을 지켜봤죠. Release요? 다른 여대 밴드들이 실력도 좋고 비주얼도 뛰어나서 저희는 많이 부족해요. 그렇지만 저희만의 장점이 있어요. 무대매너 하나는 정말 자신 있거든요.”
? ?
올 해 “Release“ 신입생 후배들의 미모와 실력이 역대 최고라며 기뻐하는 모습과 사전에 인터뷰 상황을 모르고 후배들에게 맛있는 야식을 사다주는 선배의 훈훈한 모습 속에서 그녀들에게 필자의 사랑을 받을 만 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편하게 한잔 기울일 수 있는 곳이며, 때로는 MT장소가 되기도 한다는?이화여대 학생문화관 341호 사랑이 넘치는 그녀들의 아름다운 대학시절 추억이 그곳에 더욱 더 쌓여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