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75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세기의 신화 - 환단고기,단기고사



우리 역사의 진실을 담았다는 책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환단고기], 지금까지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름이다. 1911년에 계연수가 옛 사서들을 엮어서 만들었고, 이유립에게 한 갑자(60) 뒤에 공개하라고 당부했다 한다. 하지만 이유립은 피난 과정에서 잃어버렸고, 기억을 되살려 겨우 복원을 한 것이 현재의 환단고기이다. 말이 되는가?

 

이런 책이 한국사의 진실이라며 널리 퍼졌다. 책은 물론 TV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고, 대학교수부터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이 물결에 휩쓸렸다. 이렇게 환단고기 등의 내용을 추종하는 이들을 흔히 환빠라고 부른다. 그나마 반박을 통해 기세가 죽고 놀림거리가 되면서 붙일 수 있었던 별명이다.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지를 쉽게 보여주는 책이 있다. [단기고사]로 대조영의 아우 대야발이 719년에 썼다는 책이다. 단군조선과 기자조선의 연대기이며 발해문자로 쓰였다가 고려 때 한문으로 번역됐다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원본은 물론 한문본도 전해지지 않으며 1949년 국한문혼용으로 된 것이 가장 오래되었다.

 

그럼 여기에 나오는 역대 단군들의 업적을 살펴보자. 3대 가륵 때는 국문정음이 만들어진다. 훈민정음의 모태라 한다. 5대 구을 대 황포덕은 50년간 천문을 관측한 후 이렇게 보고한다.

 

천체 중에 제일 큰 것은 북극성 같은 항성입니다. 그 다음은 태양의 종류이며, 다음은 수성?금성?지구성?화성?목성?토성?천명성(천왕성)?해명은성(해왕성)?명성(명왕성)같은 행성이 있어 태양을 중추로 삼아 회전하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역시 태양계의 하나인 행성입니다.”

 

그 때 이미 9행성과 지동설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런 게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11대 도해 때이다. 그는 만국박람회를 개최했고, 기계공창을 설치해 발명가들을 모았다. 여기서 발명된 건 우리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천문경(망원경), 조담경(X), 자명종, 진천뢰, 흡기잠수선, 측천기, 측우기, 측한계, 측서계, 양우계, 측풍계

 

9대 아술 대에는 의회와 참정권이 나오고, 12대 매륵 때는 성리학이 13대 흘달 때에는 성운과 은하, 항성과 행성의 생성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21대 여루 때는 자본론이, 38대 가색 때는 유물론 등 온갖 철학이 나타난다.

 

이런 황당한 내용이 책을 가득 뒤덮고 있는 것이다. 물론 환빠중에서도 단기고사는 너무 황당하기에 환단고기와 다르게 취급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여기엔 단서가 붙는다. ‘어느 정도 과장된 게 있더라도 맞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연구해야 된다는 것이다. 말 자체는 그럴듯하다. 어떤 사료든 그 배경에 맞춰 왜곡, 과장된 부분이 따른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어느 사료든 왜곡과 과장은 당연한 것이고 그 안의 진실을 찾기 위해 사료연구가 계속되어야 한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하고 있는 일이다. 악명 높은 일본서기도 일본의 학자들이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한중의 학자들과 연대해서 그 안의 진실을 추려내고 있다. 환단고기나 단기고사에는 이런 걸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맹목적인 추종과 과장만 있을 뿐이다.

 

환단고기가 세상에 나온 것은 79, 그로부터 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연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 흔한 교차검증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기존의 사료와 비교할수록 어느 한 쪽이 완전히 틀리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기들 것을 진실이라 하며 다른 모든 것을 조작된 거라 주장한다. 그러다가도 자기들 입맛에 맞는 것을 하나라도 찾으면 그걸 금과옥조로 여긴다.

 

기존의 사료들에 할 수 없으면 환단고기나 단기고사, 규원사화 등 자기네들 것만이라도 교차검증을 해 봐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그들 사이에도 다른 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건 그저 믿어라, 믿지 않으면 친일강단사학의 하수인일 뿐이다는 것이다.

 

오히려 스케일은 더 커지고 있다. 당장 환단고기에서 삼국은 고구려만 기존 학설보다 넓을 뿐 백제와 신라는 한반도 내에 있었다. 헌데 백제와 신라도 대륙에 있었다는 대륙삼국설이 나왔고, 누구는 고려까지 집어넣었으며 조선까지 대륙에 집어넣는 경우까지 있다. 당연히 환단고기류 책들에 크게 어긋나는 것임에도 이에 대한 비판은 없다. 그저 다 같은 진정한 민족주의 사학이라 싸고 돌 뿐이다.

 

지금까지 칼럼들을 쓰며 지적했던 어긋난 민족주의, 환단고기는 그 종착점이다. 기득권에 탄압받았다는 주장, 진실이라 말하는 커다란 어떤 것, 자신은 그 진실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 이런 것들이 한데 뒤섞여 환빠라는 종교집단을 만든 것이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이 거대한 세력의 탄압을 받는 진실의 수호자가 되는 것이 중요할 뿐.

 

이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단재 신채호이다. 자신들의 방패막으로 신채호의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신채호에 대한 비판을 하면 바로 친일파 등으로 몰아세운다. 정작 자신들의 주장이 신채호의 그것에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

 

단기고사의 중간서는 신채호가 지었다 한다. 그들이 저런 황당한 단기고사조차도 진실이라 주장하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다. 하지만 신채호가 중간서를 쓴 1912년에 쓴 장소인 중국 안동현에 있었을 가능성은 적고, 정작 그 직후에 쓴 책들에는 단군사가 전해지지 않는다고 썼다. 그저 신채호의 이름을 빌린 것일 뿐이라는 거다.

 

또한 그가 [조선상고사]에 쓴 글을 보면 그가 이 책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 부분을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우리나라는 고대에 진귀한 서적들을 불살라 없앤 적은 있었으나 위서를 조작한 일은 없었으므로, 근래에 와서 [천부경], [삼일신고] 등이 처음으로 출현하였는데, 아무도 그것을 변박한 일이 없었음에도 그것을 고서로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게 된 것이다. 가령, 모호한 기록 중에서 부여의 어떤 학자가 물리학을 발명하였다든지, 고려의 어떤 명장이 증기선을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문자가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신용할 수 없는 것은, 남들을 속일 수 없으므로 그럴 뿐만 아니라, 곧 스스로를 속여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1. 인디게임 추천선, 슬렌더맨(Slender : The Eight Pages)

    ? ? ? ?인디게임에 대해 아시는지. ?홍대씬으로 대표되는 인디음악, 독립영화로 인해 인디문화의 존재, 그리고 '인디'의 정의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일반인들에게 아직까지도 생소한 인디문화가 있으니. '인디게임'이다. ? ?과거의 인디게임은, '인디문...
    Date2016.04.20 ByJYC Views1508
    Read More
  2. [한 귀에 반한] 8화: 구직 주저기 (브로콜리 너마저 - 졸업)

    [한 귀에 반한] 8화: 구직 주저기 (브로콜리 너마저 - 졸업) ?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메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겨울의 미련이 봄의 도래를 훼방하던 올해 초, 저도 졸업(...
    Date2014.04.03 By두괴즐 Views1548
    Read More
  3. 01.[소품집] 밑줄 친 책

    ? ?일부러 30분 늦게 도착했음에도 또 다른 30분을 뜨게 만드는 단골지각생 친구 녀석. 나는 왜 이 녀석의 친구이며, 이 녀석은 왜 나의 친구인가를 생각하다 내 업보요- 그저 종로거리를 걷는다. 발이 닿는 곳으로 가고 가다 발견한 중고서점 하나. 마치 소...
    Date2014.07.01 By호솜 Views1561
    Read More
  4. [월요일은 편집장입니다] 메탈리카와 마리안느 페이스풀

    메탈리카의 'The memory remains' 중반 그리고 후반부에는 기괴하다고 해야할까 좀 특이한 코러스가 흘러 나온다. 중반부에서는 '랄랄라~'허밍. 후반부는 'say yes... at least say hello'라는 말을 동시에 읊조리기도 하는데 남자라 하기도 여자라하기도 애...
    Date2014.12.24 By호솜 Views1566
    Read More
  5. 눈시칼럼 - [김유신 - 그가 사는 방식]

    532년, 금관가야가 멸망한다. 신라는 항복한 금관가야의 왕 구형왕을 진골에 편입시켰고, 왕족들은 신라의 귀족으로 새출발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우가 같을 리는 없었다. 이들을 ‘신김씨’라 부르며 기존의 진골들과 구별한 것이다. 구형왕의 손자인 김서현은...
    Date2014.09.01 By호솜 Views1568
    Read More
  6. 금요일 홍슐랭가이드 - 탄탄면공방

    ? ? ? ? "홍, 여기는 맛있는 데 없어?"?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회의를 마친 뒤 점심 메뉴를 안내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뭐 별다를 것 없이 맛있는 집을 추천할 수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오기가 생겼다. 새로운 맛집을 선 보이고 말겠다는 오기. ?상수와 합...
    Date2015.07.11 ByJYC Views1582
    Read More
  7. 눈시칼럼 - 훈민정음, 한글이 되다.

    19세기 말, 조선의 주요 과제는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전근대의 중화세계관에서 벗어나 근대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였다. 중국 대신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일본의 의도가 끼어있었던 점이 아쉬운 점이지만, 독립의 당위성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Date2014.10.01 By호솜 Views1627
    Read More
  8. 수요일 만화를 보는 소년 - 사랑의 천사 웨딩 피치

    마법 소녀 물은 요새 유행하는 히어로 물이랑 흡사한데 소녀들이 주인공인 장르다. 남들이 로봇 물 볼 때 혼자 마법소녀 물을 보던 나의 은밀한 취미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캐치 유~ 캐치 유~ 캐치 미~ 캐치 미~” 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카드캡터 체리 O...
    Date2015.05.20 By호솜 Views1627
    Read More
  9. [까만자전거]Morrison Hotel

    ?<모리슨 호텔로 초대합니다> 까만자전거 ?누군가 내게 다가와 어떤 밴드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잠시 <킹 크림슨(King Crimson)>과 <도어스>를 두고 머리 속에서 살짝 저울질을 해보다가 결국에는 도어스라고 대답하게 될 것이다. 물론 좀더 오래 전에 내...
    Date2014.03.19 By유대리 Views1656
    Read More
  10. [눈시칼럼] 만보산 사건 - 외국인 노동자와의 갈등

    김동인의 소설 ‘감자’에서는 중국인 왕서방이 악역으로 나온다. 일제강점기라는 배경을 생각하면 일본인이 아닌 중국인이라는 게 특이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다. 당시 조선인들에게 있어 중국인 역시 그리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기 때문...
    Date2014.11.16 By호솜 Views1674
    Read More
  11. 01.[소품집] 어머니의 최근 검색어

    ? ? ? ? 여자 하나 있다. 이 곳 저 곳에서 관심 받지 못하는 여자 하나 있다. 달님이 잠 못 이루는 이들을 달래기도 전에 하루를 시작하고, 쪽잠을 뒤척인 듯 깊게 패인 두 눈으로 거울을 바라보는 여자. 표정 하나 담기지 않는다. 몇 걸음 옮겨 부엌이라고 ...
    Date2014.07.30 By호솜 Views1681
    Read More
  12. [눈시칼럼] 유감동 스캔들

    세종 9년(1427), 사헌부에 음부(淫婦) 하나를 붙잡혀온다. 세종은 그가 누구며 무슨 짓을 저질렀으며 원래 남편은 누군지, 같이 논 남자는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간부(奸夫)는 이승·황치신·전수생·김여달·이돈 등과 같은 사람이고, 기타의 몰래 간통한 사람...
    Date2014.05.26 By호솜 Views1684
    Read More
  13. 목요일 고전게임 다시보기 : 메가맨(록맨) X1 (2)

    ? - 국내에선 기존 록맨 시리즈가 아닌 X1으로 록맨을 처음 접한 유저가 많아서, 기존 록맨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흔하다. ? - 록맨 시리즈의 후속이지만 X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굉장히 어둡고 찜찜하다. 단순히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내용의 기존 시리...
    Date2015.07.11 ByJYC Views1690
    Read More
  14. [Floyd의 음악이야기] [News] 2014년 여름 락페스티발 정보 모음

    2014 Rock Festival 특집 New's & Gel 2013년 락페스티발의 열기는 대단했다. 5대 락페스티발은 물론 30여 개에 달하는 각 페스티발의 경쟁 속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얻었던 이는 바로 관객이었다. 여러 변수가 존재하는 2014년의 페스티발은 2013년의 향...
    Date2014.07.01 By냉동보관 Views1700
    Read More
  15. [한귀에반한] 7화: 꿈과 기만이 방치하는 곳에서, 용기. (옐로우 몬스터즈 - 4월 16일)

    [한귀에반한] 7화: 꿈과 기만이 방치하는 곳에서, 용기. (옐로우 몬스터즈 - 4월 16일) "아직 우린 늦지 않았어. 언제나 맨 뒤에서 가고 있는 건 우리가 원했었던 거잖아." ? ? 졸업을 하고 백수가 된지 2주가 되었습니다. 한량기의 종말이 도래하고 있는 것...
    Date2014.03.05 By두괴즐 Views1716
    Read More
  16. 편집장주관 - 고전게임 다시보기 '대항해시대2'

    바다를 지배한 그들의 서사시 '대항해시대2' - 지금이야 나관중 없었으면 미래가 불투명했을 정도로 '삼국지', '진 삼국무쌍' 시리즈를 우려 먹는 코에이지만(정확히는 코에이 테크모) 한때 에어매니지먼트, 대항해시대로 대륙을 넘...
    Date2015.07.01 By호솜 Views1743
    Read More
  17. 목요일 조용찬 주관 : 고전게임 다시보기 - 포가튼사가

    - 1997년 발매된 손노리의 SRPG 게임. 손노리는 포가튼사가 이전에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이하 '어스토')와 다크사이드 스토리를, 이후에는 화이트데이를 발매한 국내 굴지의 게임회사로, 나머지 게임들은 몰라도 '화이트데이'라고 하면 다들 알듯하다. - 80...
    Date2015.06.05 ByJYC Views1748
    Read More
  18. No Image

    [눈시칼럼] 20세기의 신화 - 환단고기,단기고사

    20세기의 신화 - 환단고기,단기고사 우리 역사의 진실을 담았다는 책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환단고기], 지금까지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름이다. 1911년에 계연수가 옛 사서들을 엮어서 만들었고, 이유립에게 한 갑자(60년) 뒤...
    Date2014.03.16 By호솜 Views1755
    Read More
  19. [까만자전거] 감성충만을 돕는 음악 사용 설명서 2 (Just Wanna Dance Tonight)

    <감성충만을 돕는 음악 사용 설명서 2 (Just Wanna Dance Tonight)> 까만자전거 http://wivern.tistory.com/1488 ?음악 감상을 취미 생활의 하나로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음악들 가운데 특정 갈래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는데는 여러 경...
    Date2014.10.28 ByJYC Views1778
    Read More
  20. 목요일 : 고전게임 다시보기 - 캐딜락 & 다이너소어

    -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캡콤의 횡스크롤 액션 아케이드 게임. 애니메이션도 원작이 따로 있는데, 마크 슐츠의 '제노조익 테일즈'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걸맞게 순화+미화한 것이 캐딜락 & 다이너소어 였다. - '캐딜락 & 디노사우르'라...
    Date2015.06.12 ByJYC Views177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 7 Next
/ 7

로그인 정보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