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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png

밝은 김광석,

우울한 김광석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등의 슬픈 히트곡들과 비극적인 인생의 마무리 때문인지 '우울한 가수'로 기억되곤 한다. 그래서 김광석은, 삶의 어두운 면면을 그려낸 비극의 남성 솔로 가수라는 점에서 미국의 제프 버클리와 비교되기도 한다.  


 

하지만 제프 버클리의 음악은 의외로 쿨하고 시원시원한데, 마찬가지로 김광석의 음악 역시 한꺼풀 벗겨보면 민중음악 특유의 강한 생명력과 루트(Roots) 음악의 정겨운 향취를 맡을 수 있는 음악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김광석의 음악은 인생의 슬픈 순간부터 기쁜 순간까지 그 모든 파노라마를 모두 감싸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김광석이 직접 쓴 [일어나]의 경우 과거 김광석이 몸 담았던 노찾사의 정취를 다시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생명력을 내뿜고 있고, '김광석 다시부르기'에서 민중가요 [광야에서]를 다시 수록함으로서 김광석 음악의 테마가 죽음이나 우울감이 아니라 삶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4집에 수록되었던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의 경우 쿨하다 못해 마초(Macho)적인 정취마저도 내뿜는다. 너무 깊게 생각할 것 없이, 포르노 사진을 보는 것 정도로 지난 사랑을 잊어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동물원'에서 인연을 맺었던 김창기가 작사 작곡했다. [서른 즈음에]가 보여준 사색과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김광석을 기억하는 8090 세대 민중가요 가수들은 김광석의 모습을 '어느정도 바람기도 있는 마초적인 남성'으로 기억하고 있고, [사랑했지만]을 쓴 한동준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일어나]의 화자야말로 김광석의 실제 생활과 흡사하다고 밝혔다. 박학기 역시 "바로 직전까지만해도 김광석과 통화 했었다"고 말하면서 자살에 대한 의구심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아티스트의 죽음은 언제나 많은 음모론을 낳는 법인데, 김광석 역시 MBC 이상호 기자가 적극적으로 타살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진실이 어찌했든 김광석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김광석을 한국의 제프 버클리로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나 역시도 [일어나], [변해가네],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나의 노래]를 들으면서 힘을 내고 있는 바, 이렇게 활기찬 목소리가 31살의 나이로 자살을 택한 이의 목소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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