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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칼럼.jpg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전설을 도시전설이라고 한다. 그럴 듯 하지만 증명되지는 않은 이야기들로 음모론이나 괴담에도 한 발씩을 걸친 것들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믿을 수 있을, 어느 정도의 현실성 역시 필수이다. 그저 재미로 들을 것도 있지만 옛날의 전설처럼 교훈을 담고 있는 이야기도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전설을 듣는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유도할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예절과 관련된 귀신이야기들처럼 말이다.

 

KoreaCorea에 대한 이야기는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언제부터 퍼진 이야기일진 알 수 없지만 90년대 중반 PC 통신의 등장으로 많은 네티즌들에게 퍼져나갔다. 내용은 간단하다. 원래 한국의 알파벳 표기는 Corea였는데 일제가 Korea로 바꿨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참 황당한데 올림픽에서 한국보다 먼저 입장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단순하기에 더 잘 다가오는 이유인 듯 하다.

 

일제가 조선을 병합한 후 조선의 것을 최대한 하등한 것으로 하려 했다는 것, 그걸 넘어서 민족말살정책을 폈으니 그럴 만 하다는 가능성, C에서 K로 바꿨다는 단순한 점이 이 도시전설을 퍼뜨리기에 좋은 환경이 되었을 것이다. 그 목적은 간단하다. 반일감정을 고취시키는 것.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붉은 악마가 이걸 대대적으로 선전했고, 이 도시전설은 전국으로 퍼졌다. 도시전설을 넘어서 국가기관에서 진지하게 답변을 할 정도였고 남북 역사학계에서 토론의 의제로 삼기도 했다.

 

도시전설 혹은 음모론답게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약점이 많은 주장이다. 일본은 조선의 영구병합을 시도했고 일본의 식민지일 뿐인 조선의 영어 표기가 무슨 문제였을까? 언젠가 독립할 때를 대비해서 바꿨던 것일까? 그리고 일제가 정말 그 정도의 힘이 있었고 그런 가벼운 이유 때문에 그 힘을 썼을까?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어, 스페인 등 라틴계 국가에서는 Corea로 쓴다는 점이다. 실제 월드컵에서 FIFA의 제 1 공용어인 프랑스어로는 C가 앞이기에 한/일 월드컵이 되었다. 이건 영어나 독일어와의 발음 차이 때문이다. 전자는 C로 쓴 반면 후자는 K의 발음으로 쓰는 것이다. 옛 지도에서 C가 많이 나오는 이유 역시 그것이다. 대항해시대의 시작이 그들이었고, 프랑스어는 외교에서 국제공용어로 쓰였다. 현재는? 영어가 그 위치를 잡고 있다. 영어를 바꿀 정도의 힘이 있었던 이들이 프랑스어를 바꾸진 못 했을까? 프랑스가 힘이 너무 강했다면 스페인어는 어땠을까? 동맹이었던 이탈리아어는? 올림픽은 개최국의 언어 순으로 입장하니 영어만 바꾸는 걸로는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 했을 텐데 말이다.

 

두 번째로 볼 것은 조선과 일제가 이런 국호를 원했을까 하는 점이다. 외국에서야 쓰던 대로 KoreaCorea를 썼지만 일제는 Chosen, 즉 조선을 원했고 그렇게 표기했다. 이들은 자국의 국호 역시 Nippon으로 하길 원했지만 이조차도 바꾸지 못 했다. 이는 조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Korea는 결국 고려에서 나온 것, 고려를 무너뜨린 조선에서 반길 수 있는 명칭이 아니다. 당연히 조선을 원했으며, 대한제국이 세워진 후 정식으로 내건 것은 Empire of Dai Han이었다.

 

C에서 K로의 변화, 사실 크게 신경 쓸 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흥미로운 명칭 변경의 역사일 뿐. 하지만 여기에 일본이라는 대상이 들어가면서 허점 많은 이야기임에도 무서운 음모로 돌변한다. C로 돌아가는 것을 민족의 자주독립과 연결시킬 정도로 말이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보다 더 유명하고 각종 창작물에서도 자주 쓰인 것으로 말뚝설이 있다. 민족의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풍수적으로 중요한 곳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것이다. 역시 근거는 없다. 찾았다는 쇠말뚝은 작은 것들뿐이고 심지어 한글이 적혀 있는 것도 있다. 일제에서 이걸 했다는 증거는 없다. 무엇보다 풍수지리설은 일본에서는 유행하지 않았고 조선에서만 유행하던 것이다. 자신들이 믿지도 않는 것을 몰래몰래 시도한 것일까? 물론 조선인들에게 충격을 줄 순 있었겠지만 그러려면 반공개적으로 했을 것이다. 이런 도시전설은 일본인의 행동을 한국식으로 본다는 큰 허점이 있다. 마치 사명대사가 일본으로 갔을 때 일본에도 온돌이 있는 것으로 다룬 전설처럼 말이다. 둘 다 전설이다. 실제 일본이 시도한 것은 한국의 신화를 일본의 것에 연결시키거나 바꾸는 것이다. 이것이 신토를 믿었던 일본식이고 실제 행해졌던 것이다.

 

하나 더 찾아보자면 일제의 해수구제사업이 있다. 대대적으로 맹수를 잡았고, 이것이 한반도의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정도라면 자연스러운 이야기지만 이렇게 맹수, 특히 호랑이를 잡은 것이 조선의 정기를 말살시키기 위해 했다는 도시전설이 나와 버린다. 하지만 조선의 치안을 위해 병합했다는 일제로서는 당연히 해야 될 일이었고, 이들은 자국에서도 마찬가지 일을 벌인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던 그 시절이다. 조선인들 역시 대환영이었다. 우리야 호랑이를 상징적으로 볼 정도의 여유가 있지만 당시 사람들에겐 언제 소를 물어가고 사람을 해칠지 모르는 맹수였을 뿐이다.

 

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인터넷에서 민족주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존의 민족주의와 차이가 있는데 반정부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방향만 다를 뿐 내용은 비슷하다. 80년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생긴 슬픈 부작용이다. 이것이 극단으로 치달은 것이 바로 NL, 주체사상파라 불리는 이들로 민족의 지도자를 한국의 독재자들에서 김일성으로 바꾸기만 한 이들이었다.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시간이 흘러 PC통신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런 민족주의는 널리 퍼지게 되었다. 위의 사례들처럼 간단히 논파될 수 있는 것들조차 의심하는 것 자체가 반민족적인 것으로 치부당할 정도였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바로 고대사의 진실이라 하는 환단고기이다. 환단고기의 인기가 현재는 조롱으로 쓰이듯 이런 민족주의 역시 현재는 반성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극단적인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든 퍼질 것이고, 실제 방향만 바뀐 이야기가 다시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공격의 대상만 바뀌었을 뿐 자극적이지만 허점이 많은 것은 같다. 이런 왜곡된 주장들이 퍼지는 걸 막는 것 역시 중요하겠지만, 언제 어디서든 이런 극단적인 왜곡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알고 경계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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