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가이드 북
영기획편
글 : 이효영(hyo1017@onair168.com)/ 편집 : 조용찬(lifeinagony@onair168.com)
‘New and Wack’. 새롭고 구역질나는(실은 멋진) 음악을 추구하는 언더그라운드의 반항아라면 반항아! 정형화된 인디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있지만 언더그라운드의 자체적인 생태계를지향한다. 진부한 것은 바로 우Wack! 뚜렷한 색을 지닌 ‘영기획’의 하박국 대표와의 인터뷰, 바로 만나보자.
-------------------------------------------------------------
‘영기획’, 회사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기획’의 대표 하박국입니다. 레이블 외에도 미디어와 다양한 기획을 하는 회사인 영기획은, ‘Young Gifted & Wack’의 약자입니다. 흑인 영가 중에 ‘흑인으로써의 자긍심을 가지자’는 내용의 ‘Young Gifted & Black’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젊고 축복받은 흑인’이라는 뜻이죠. 이 노래 가사 중의 Black을 Wack으로 라임을 맞춰 패러디한 것으로 유머러스하게, 저희의 가치관을 강조한 이름입니다.
‘영기획’을 설립하게 된 계기, 궁금한데요?
처음에는 레이블로, 소속 뮤지션 ‘로보토미’의 음반을 만들기위해서 회사를 만들었어요. 제가 그 친구의 음반을 너무 듣고 싶었는데, 그 친구가 계속 음반을 안 내기에 답답한 나머지 ‘내가 음반을 만들어 주겠으니까 빨리 내라’라고 말했던 것이 발단이었죠. ‘로보토미’의 음악은 세계적으로 굉장히 앞선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이 음악이 당장 시장에 나온다고 하면 사람들이 그걸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와 비슷한 음악을 하는 친구들을 소개하면서 문화를 형성해 나가고자, 영기획을 만들었습니다.
홈페이지도 굉장히 신선했어요. 볼거리가 많더군요.
감사합니다. 제가 원래 글을 쓰는 사람이라, 보도 자료를 단순히 옮기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하다못해 제목을 쓰더라도 카피가 붙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죠.인터뷰는 분량에 제한이 없다는 점과 자유자재로 링크를 통해 텍스트를 확장할 수 있다는 웹진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그게 바로 ‘하이퍼텍스트’잖아요. 미디어도 레이블을 위한 것이라곤 하지만 절대 다른 곳엔 없는 독보적인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기획’을 만들 때 영감을 준 분들이 있으신가요?
친구들의 영향이 가장 컸어요. 제가 90년대 중반부터 홍대를 자주 왕래하기도 했고 거처도 그곳이다 보니, 주변분들이 대부분 음악 하는 사람들이었거든요. 어울리는 사람들과 음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기획’까지 도달했어요. 또, 해외의 사례도 참고했어요. 해외에선 ‘Remix Competition’이 굉장히 빈번하고, 이를 통한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데, 왜 국내에서는 이런 문화가 정착하지 못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중엔 자신만의 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우리도 저런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
이었죠.
‘영기획’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현재 'New and Wack Music'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Wack'은 원래 구역질이라는 뜻인데요, 저희는 ‘쿨하다. 멋있다.’라는 의미로 사용하죠. 새롭고 멋있는 음악을 지향해요.
저희는 늘 ‘우리의 지향점은 지하에 있다’고 말하곤 해요. 새로운 것들은 항상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지하에 있다고 말이죠. 그래서 계속해서 언더그라운드에 있는 새롭고 Wack한 음악들을 찾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그를 통해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자 합니다. 단순히 저희끼리 좋아서 ‘우와, 우린 최고야. 근데 사람들은 모르네? 저 바보들!’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서 이것이 지속되고 유지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영기획’의 가장 큰 지향점입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51+ 페스티벌’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가장 큰 페스티벌이기도 하고, 도중에 시행착오가 많아서 배운 것이 참 많았어요. 자립음악생산조합이 연대하고 있던 두리반에서의 투쟁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페스티벌이었는데, 공연을 더욱 확장시키고자 영기획과 비싼 트로피 레코드가 함께 하게 된 거죠.
‘51+’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5월 1일이 노동자의 날이잖아요. ‘노동자의 날에 51개 팀을 불러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에 가치를 더한다(+)는 의미에서, ‘51+’로 명칭이 확정되었습니다. 사실, ‘51+’가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사이트 운영같은 일들을 병행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사람들과 사이가 나빠진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 동안 ‘영기획’을 하면서 잘한다는 칭찬만 들었는데, ‘51+’를 하면서 처음으로 쓴 소리를 듣기도 했고요. 그런데 사람은 욕을 먹어야 배운다고 하잖아요? 결과적으로 배운 점이 굉장히 많았어요.
최근에 전주/순천 투어공연을 다녀오셨는데, 인디 음악의 중심지라할 수 있는 홍대를 놔두고 지방공연을 택하신 이유는 어떤 것인가요?
저희 회사 규모로는 전국구 행사를 통해 이득을 얻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도 이를 지속하는 건,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전주 음식 맛있잖아요.현재 인디문화의 발전이 홍대를 기반으로 한 서울에 편중되어 있는데, 사실 이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에요. 그래서 전국 곳곳의 뮤지션들과 연계해서 이를 바꾸고자 하고 있어요. 이걸 하면서 후회하는 부분이 있다면… 제가 멀미가 심해서 버스에서 이동하는 동안 ‘내가 이걸 왜 했지…’하고 생각하곤 해요. 하하. 내년에는 그 규모를 더욱 확대할 예정입니다.
다른 레이블과의 교류도 굉장히 활발해 보이는데요.
레이블은 아니지만 ‘자립음악생산조합’의 경우에는 제가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라 긴밀한 관계이고, ‘비싼 트로피’도 제작을 함께 하며 여러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 저희와 가장 많은 교류를 나누는 레이블은 ‘파운데이션’이에요. 자체적인 잡지와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는, 나름 오래된 레이블인데, 제가 그 레이블에서 나오는 음악을 굉장히 좋아해요. ‘파운데이션’의 조현준 대표님도 저희가 활동하는 것을 좋게 봐주시고요. 그래서 겸사겸사 서로 도우면서 여러 활동들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레이블이 있는데, ‘영기획’만의 차별성이 있다면?
미디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이에요. 다른 레이블들은 음반제작 외에 색다른 컨텐츠를 만드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반면 저희는 미디어를 통해서 다양한 컨텐츠를 만듭니다. 팟캐스트를 통해서 저희의 음악을 소개하기도 하고, 그와 관련된 자체적인 기사를 내기도 하죠. 미디어를 운영하는 이유는 ‘영기획’ 아티스트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소속 음악가만이 아니라 유사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도 셀렉션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하곤 하죠. 궁극적으로 하나의 씬이 형성되어야 거기서 탄력을 받고 소속 음악가로써 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요.
‘영기획’이 바라보는 인디 음반시장의 동향은 어떤가요?
우선 ‘영기획’은 공식적으로 ‘인디’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인디’라는 건 제작 방식일 뿐이거든요. 인디 음반시장의 형성은 굉장히 좋은 일이지만, 그렇게 해서 살아남는 음악들은 굉장히 뻔하기도 하고요. 문화예술 분야의 주 소비층은 20-30대 여성분들이기에, 그분들께 초점을 맞춘, 혹은 ‘행사’를 위한 전형적인 음악들이 많거든요. 인디가 처음 생겨난 이유는, 메이저에서 자본의 영향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인디 내에서도 수익이 발생할 수 있기에 마치 그러한 ‘행사를 위한 음악’들이 인디를 대표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죠. 그런 음악들이 잘 되는 것에는 특별히 불만이 없지만, 그분들이 쌓아 놓은 레이어 때문에 그 밑의 음악들이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하기 것은 심각한 문제에요. 이런 부분들이 비록 통계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피부를 통해 많이 체감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탑 밴드’라는 TV 프로그램에 인디밴드들이 나오면서 문화의 영역이 이전보다 확대되었다고 사람들이 착각하곤 하는데, 저희가 하는 음악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힘들어 졌어요. 이러한 영역확대로 인해 더 자유로이 시도될 수 있는 음악의 영역들은 오히려 억압을 받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그분들에게 그런 음악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닙니다, 하하. 저희가 돌파해서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인디’라는 말이 그런 식으로 보이는 게 싫어서, 저희는 언더그라운드라는 말을 쓸 뿐이에요. 조금 더 새롭고 기존에 없던 것들을 한다는 의미이죠.
대표님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부자가 되고 싶기 보다는, 꾸준히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처음에 ‘영기획’을 시작할 때 1년을 바라보고 했거든요. 왜냐하면 저도 제 인생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이것만으로는 승부를 보기가 힘들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3년으로 그 기간을 늘렸습니다. 아마 그 3년이 지나면 또 기간이 늘지 않을까 생각해요. 앞으로 계속 버티고 유지하면서 흐름을 만들어 낼 겁니다. 그래서 차후에는 레이블만으로도 생활이 유지되고, 우리만의 자체적인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장난스럽게) 여러분 많이 힘드시죠? 저도 많이 힘듭니다. 하하. 좋은 음악이 여러분의 사연에 실질적인 도움은 될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일단 제가 먹고 살아야 되니까요. 서로 돕고 삽시다, 하하. 농담이고요. 저한테는 음악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겐 음악이 아무런 가치가 없을 수도 있어요.‘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음악입니까’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런 때일수록 여러분이 저희 음악을 듣고 새로운 경험과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이 여유로워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모두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