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언, 실로폰, 탬버린, 리코더... 한국에서 자라면서 이 악기들을 다루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악기 구성으로 ‘음악을 하겠다’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우린 우리만의 음악을 만들 거에요” 언뜻 평범해 보일 이들은 사실은 조금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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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멤버 소개 부탁드립니다.
송대현 : 멜로디언을 연주하는 송대현입니다. 처음에는 악기별로 이름을 지어서 송로디언이었구요. 어느 순간부터 본명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김지연 : 실로폰을 연주하고 있는 김지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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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서랍속 협주단’이라는 이름 소개 부탁드릴게요. ‘서랍속’ 이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해내셨나요.
송대현 : 간단하게 서랍속에 있는 악기들을 이야기하는 거에요. 뭐 예를 들어 초등학교 때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고 누구나 한번쯤은 연주해보았던 멜로디언, 실로폰 같은 리듬악기 세트요.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던 악기들인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보통 이 악기들은 서랍속으로 들어가게 되잖아요. 그 후로는 꺼낼 일이 많이 없구요. 이 악기들을 다시 꺼내서 연주를 한다 이런 뜻이에요.
김지연 : 처음에는 ‘아무나 초등학교 때 배울 수 있는 악기들로도 음악을 할 수 있다’라는 컨셉으로 팀을 만들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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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이 팀의 연주를 보면 신기하고 특이하더라구요. 보통 음악을 만들 때 기타나 건반 이런 악기들이 있어야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많이 생각하잖아요. 물론 저도 그랬구요. 그럼 공연할 때는 이 악기들과 함께 노래도 함께 하면서 하시는 건가요?
송대현 : 네 그렇죠. 모든 곡에 노래가 있어요. 그런데 사실 지금 저희 팀 보컬이 팀을 탈퇴한 상태에요. 그래서 요즘에 공연을 할 때에는 객원 보컬이 저희를 도와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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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언제부터, 어떻게 함께 밴드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김지연 : 저희는 알게 된 지 정말 오래되었어요. 2010년? 연습을 시작한 지는 아주 오래전부터였구요. 공연을 시작한 지도 꽤 되었어요. 공연은 재작년에 제일 많이 했었구요. 작년까지도 많이 했었어요. 멤버가 바뀌면서 올해는 많이 못했구요. 이제 다시 공연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송대현 : 저희 스스로도 익숙하지 않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보통의 밴드들과는 다른 악기들을 사용하다 보니까 해본 적이 없어서 연주를 할 때 많이 힘들었었어요. 언제 시작한지는 사실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네요. 3~4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저희가 사실은 댄스동호회를 함께 했었어요.(웃음) 댄스 동호회라고 하니까 이상해 보이네요.(웃음) 사교 댄스 있잖아요. 스윙 이런 거요. 거기서 만났어요. 이 친구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았고 잘 통할 것 같아서 음악을 함께 해보자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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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 따로 생업에 종사하는 직입이 있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을 하시는지?
김지연 : 저는 지금 회사에서 홍보 기획을 하고 있어요.
송대현 : 전 지금 인디레이블을 운영하고 있어요. 북극곰 사운드라고. 아마 처음 들어보셨을 거에요.(웃음) 소속 팀으로는 백수와 조씨 옛날에는 강백수밴드, 직장인밴드 등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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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랍속 협주단’으로서의 첫 공연의 기억은?
송대현 : 제일 처음에는 무작정 버스킹을 했어요. 한강에서요. 사실 지금 그게 언제인지 확실히 기억이 안나요.(웃음)
김지연 : 재작년 여름 쯤이었던 것 같아요. 굉장히 더웠던 기억이 나요. 첫 공연인만큼 재미있었고 기억에 많이 남죠. 저는 스쿨밴드를 사실 했었거든요. 그래도 저희 팀 이름을 걸고 하는 공연인만큼 그 첫 공연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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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나 프로페셔널한 음악’ 이란? ‘서랍속 협주단’이 추구하는 음악은?
송대현 : 추구하는 건.. 음 거창한 건 없어요. 음악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이런 쉬운 악기들로도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이런 걸 보여주고 싶었었어요.
김지연 : 우리도 할 수 있는데 너희는 왜 못하니 이런 의미죠. 곡을 주로 오빠가 만드는데 들어보면 신기하게 이 악기들로 곡을 만드는데도 풀밴드의 구성을 생각하고 만들었다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송대현 : 이게 사실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말하려는 의도가 있었어요. 처음에 멜로디언, 실로폰, 리코더, 템버린 이런 구성으로 팀을 만들고 공연을 하려고 하니까 저희를 무시하는 분들이 계셨어요. 제가 인디레이블을 하고 있다는 것도 전부 숨기고 이것만 하니까 저희에게 막 대하는 분들도 계셨었구요. 악기에 능숙하고 실력이 좋으신 분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분들에 비하면 저희가 얼마나 웃기겠어요. 그거에 대해 저희의 대응이죠. (웃음) 저희만의 음악을 만들겠다 이런 의미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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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곡이이의 십만양병설’, ‘새나라의 어린이’ 등 서랍속 협주단의 곡들은 누구나에게 친근한 제목을 갖고 있는데요. 곡들 들어보면 통통 튀는 느낌이 들면서 특이하더라구요. 곡들을 만드실 때는 어떻게 만드는지. 어떤 분이 만드시는지? (만들어놓은 곡들)
송대현 : 새나라의 어린이는 랩이에요. 씨엘 느낌으로 만들어보려고 했었죠.(웃음) 이런 악기들로 보통 음악을 만든다고 하면 예쁘장한 음악들을 많이 생각하실 거에요. 실제로도 그런 쪽으로 이 악기들을 많이 쓰구요. 하지만 저희는 이 악기들로도 락이나 일렉트로닉한 느낌의 음악들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반복적인 리듬을 만들어본다던지 여러 방법을 찾아서 신나는 느낌 만들어보려고 하죠. 이러다 보니까 가사도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든지 이런 것보다는 약간 이상한...(웃음) 이런 방향으로 만들어지게 되요.
김지연 : 사랑 노래는 사실 간지러워서 잘 못하겠더라구요. 취향이 그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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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놓은 곡들은 어느 정도 있으신가요?
송대현 : 만들어 놓은 곡들은 열 곡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연주 가능한 곡은 다섯 곡 정도구요. 사실 멤버들이 많이 바뀌다 보니까 저희는 연주를 할 수 있는데 다른 멤버가 못하는 이런 상황이 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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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멤버가 많이 바뀌셨다고 들었는데요. 그 이야기에 대해 질문해도 될까요?
김지연 : 처음에는 리코더까지 있었어요. 총 네 명이었구요. 보컬이랑 리코더가 처음에 나갔구요. 다음에 보컬을 영입을 했는데 얼마 전에 이 분이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탈퇴를 하셨구요. 불화 이런 건 절대 아니구요. (웃음) 일이 너무 바쁘셔서 어쩔 수 없이 탈퇴를 하셨어요. 지금 도와주고 있는 객원 보컬이 처음에 저희와 함께 했던 보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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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이나 앨범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김지연 : 7월 17일에 카페 언플러그드에서 공연이 있어요. 이제 다시 공연을 시작하려고 하는 시기라서 아직 스케줄 조정이 안되서 다른 공연들은 미정이구요. 여러 군데서 하려고 해요. 앨범은 예전에 데모 씨디를 만든 적이 있어요. 하나하나 직접 가내수공업으로요. 올해부터 곡을 만들면서 앨범 계획도 시작을 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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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서랍속 협주단’의 계획이나 목표는?
송대현 : 당분간은 많이 공연을 하려고 하구요. 신곡을 만든 지도 꽤 오래되서요. 악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들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습을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구요. 열심히 연습을 할 계획이구요. 하반기에 관객분들과 많이 인사해보려고 해요. 이제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팀을 시작할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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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분들이 활동을 많이 기다리실 것 같은데요. 팬 분들게 한마디 해주세요.
송대현 : 특히 ‘율곡이이의 십만양병설’을 충격으로 받아들이셨던 분들이 꽤 많으셨어요. 이 곡이 빨리 음원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더라구요.
김지연 : 저는 매 공연때마다 느끼는 건에 관객분들보다 함께 공연하는 팀들이 저희를 더 좋아하는 것 같더라구요. 악기가 다르고 느낌이 독특해서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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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현 : 사실 저희도 시작할 때는 ‘이게 과연 음악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했었구요. 처음 클럽 오디션을 보았을 때도 이 악기들로 통과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정말 되더라구요.(웃음) 저희 공연은 사실 망했던 공연이 더 많아요.(웃음) 악기 사운드를 잡아주시는 분들께서 실로폰, 멜로디언 이런 악기들의 사운드를 해본 적이 없으셔서 확실하게 잡아주시지를 못하세요. 공연 퀄리티가 사실 많이 떨어지죠. 그래도 즐겁게 신나게 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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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을 나눠보니까 두 분께서 서로를 정말 많이 아끼시는 것이 느껴지는데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서로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궁금해요. 멤버 각자에게 ‘서랍속 협주단’이란 어떤 의미인지도요.
송대현 :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에게 ‘서랍속 협주단’은 직업이에요. 취미로 할 수도 있죠 음악을요. 이 팀 자체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하지만 저에게는 직업이에요. 그리고 저에게 있어서 이 친구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현실속에서는 아니지만(웃음) 음악에 있어서는 마누라같은 느낌이 있어요.(웃음) 서로 함께 음악을 한 지가 오래되기도 했구요, 제가 하려고 하는 것들을 정말 잘 따라와줘요. 마음이 통하지는 않아요.(웃음)
김지연 :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제가 태권브이고, 오빠가 조종석에 앉은?(웃음) 사실 이 음악들이 제가 하고 싶은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오빠가 가지고 오는 곡들이 생각보다 괜찮은 거에요. 이런 부분에서는 잘 맞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태권브이가 돼서 오빠가 휘두르는 대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웃음) 생각보다 이 팀을 오래할 거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거든요. 그리고 저에게 이 팀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했던’ 이라는 느낌을 많이 줘요. 계속 말했지만 저는 이런 악기들로 음악을 할 수 있나,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나 이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이걸 해냈더라구요. 함께하면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는 느낌 이런 게 많이 있어요.(웃음) 말해놓고 보니까 오글거리는데요?(웃음)?
글 : 정채호(cogh369@onair168.com)
사진 : 김동성(mediakpd@onair168.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