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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랜필드 싱글 <이별의 춤> 

-친숙한 듯, 낯선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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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7년 11월 13일 공식화된 정광수(베이스), 지수현(드럼) 두 멤버의 탈퇴 후 활동이 뜸하던 크랜필드 공식 페이지에 새 싱글 발매 소식이 공개되었다. 이하는 크랜필드 이성혁과의 인터뷰.

 

Q. 전국투어 표류기 이후 약 2년 6개월 만이다.  

-반갑다. 오랜 동면 이후 오랜만에 크랜필드로 돌아왔다. 

 

Q. 팬들에게는 동면이라는 과정이 있긴 했지만, 두 멤버의 탈퇴가 굉장히 갑작스러웠을 것 같다. 게다가 탈퇴 전후로 탐구생활 싱글이 계속 나오면서, 멤버 간의 갈등에 대한 궁금증이 컸을 것이다. 

-“동면”은 박인 탈퇴 이후 크랜필드가 스튜디오 작업에 몰두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마련했던 공연이었는데, 그 후 각자의 삶 즉 밴드 이외의 삶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나 생각들이 생겨났고 논의 끝에, 각자의 생각을 존중하여 두 멤버가 크랜필드를 떠나게 되었다. 탈퇴 결정 이후 멍해서 한동안 어떻게 얘기를 전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페이지를 통해 알리게 되었다. 

 

Q. 공백기 동안 주로 어떻게 지냈는지

-권나무 공연 세션으로 참여하고, 작사 수업도 꾸준히 했다. 또 멤버들의 탈퇴 결정 전에도 솔로 프로젝트인 탐구생활과 크랜필드 싱글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 스스로는 공백기가 있었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

 

Q. 간단히 이번 싱글을 소개한다면

-<이별의 춤>은 업템포의 댄서블한 팝 넘버이며 크랜필드가 보여줬던 기존 정서 안에서 새로움을 보여주는 곡이다. 신서사이저가 전작들 보다 부각되어 EDM적인 요소가 강화되었다. 리듬 운용에도 변화가있었고.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의 곡 중에서 가장 신나는 곡인 것 같다. 그럼에도 동시에 슬프기도하고.  작업 당시 크랜필드 친구들과도 이 곡을 다음 싱글로 하자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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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01 : 녹음 전 스내어를 튜닝 중인 안성준 세션 드러머 / 사진02 : 안성준 드러머가 작성해 온 연주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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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03 : 드럼 녹음 당시, 이성혁의 연주 디렉션 메모)

(싱글 이별의 춤 드럼 녹음 과정)

 

Q. 미리 받아 본 앨범 커버의 색채가 바뀌었더라. 메인 컬러가 EP <파란그림>에서 보여줬던 “파랑”의 정반대되는 “빨강”으로 변경되었다. 

-이번 싱글이 품고있는 변화를 표현하고 싶었다. <이별의 춤> 가사는 이전 크랜필드 가사의 온도보다 분명 뜨겁다. 이별이라는 현실의 구체적인 감정을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꿈> 같은 기존 곡에서는 이런 식으로 뜨겁게 화자가 감정을 얘기한 적은 없었다. 사운드에 있어서도 의미있는 변화들이 있는데 이러한 온도의 변화를 표현하고 싶었고 파란색의 대척점에 있는 빨강을 선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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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04 : <이별의 춤> 커버아트)

(사진 05 : <이별의 춤> 데모 폴더, 초기 가사가 나오기 전의 가제는 ‘Uni’, 가사를 막 쓰고난 직후에는 ‘말이 없는 말’이라는 제목이었다.(이 제목은 영어 표기 제목이 되었다. *wordless word)

 

Q. 가사는 멤버 탈퇴 시기와 어우러져 당시의 감정 중 하나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별의 춤> 가사를 썼을 때는 2017년 5월쯤이었으니 아무 일도 없었다. 개인적으로나 크랜필드로나. 그런데 최근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 지금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이 곡이 최근에 제일 좋게 들리고 빨리 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가사에 대해서 조금 덧붙이자면 <이별의 춤>은 가사가 좀 빨리 완성된 케이스다. 원래는 가사를 많이 수정하고 깎는 스타일인데 이번 곡 같은 경우는 한 번에 쏟아져 나왔다. 멜로디 데모가 나온 상태에서 쓸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나서 바로 다 써버렸고, 수정이 없는 상태로 완성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가사가 나에게도 낯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점프 컷이라고 할까 장면과 장면의 폭도 큰 편이라 그간내가 써온 가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다. 

 

Q. 실물 형태의 앨범을 기대할 수 있을지

-언젠가는 싱글들을 모은 실물 형태도 생각하고 있지만 당장의 계획은 없다.

 

Q. 본인 스스로 “고물 기타소리 같다”고 할 정도로 기타 톤이 인상적이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이 가사에서 피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통스럽게 무언가가 찢기는 감각이 연상되어서, 그런 정서를 사운드로도 가져가고 싶었다. 그런 감각들이 기타톤과 신서사이저 톤으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로 고물기타로 녹음했다. 완전 못 쓰는 기타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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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06 : 녹음에 사용된 Danelectro DANO 59, 보통 집에서 데모 녹음에만 쓰는 기타였지만 이번 싱글 사운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Q. 얼마 전에 처음 크랜필드를 접한 지인으로부터 “친숙하고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나선 “이번 곡이 왜 친숙한가”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나는 이것이 아무래도 멜로디의 정서적 친근감에서 연유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산울림의 동요를 듣는 것처럼 우리 세대 무의식에 존재하는 익숙함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번에는 가사도 그렇고 멜로디 진행의 패턴도 기존에 하던 것과는 좀 다르게 가려고 했다. 크랜필드는 그동안 major7 계열의 코드를 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major7코드를 피하려고 했었고, 거기에 해당하는 정서를 굳이 차용해서 쓸 생각도 없었는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 이 코드의 활용이 어떤 전환점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멜로디 전개 등이 달라졌던 것 같다. 그리고이번에는 Instrumental 버전을 함께 준비했다. 목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서(웃음)

 

Q. 현재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

-녹음은 끝났고, 믹스가 2차까지 나온 상태이다. 내일(3월 3일) 3차 믹스이다. 항상 녹음과 믹스 때마다 걱정이 많은데, 사실 좀 수월하게 된 상황이다. 믹스를 해주는 최용수(만쥬한봉지) 형과의 호흡이 좋다. 작업 이해도가 뛰어나 함께 작업하기 정말 좋다. 지금은 거의 완성 단계이고 3월 7일 예정대로 발매된다. 걱정이 정리된 상태에서 인터뷰를 하게 돼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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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07 : 이성혁의 책상 위에 붙여진 녹음 과정 체크표, 앞으로 발표할 여러 곡들이 같은 형식으로 붙어있다.)

 

Q.앞으로 탐구생활과 크랜필드는 어떻게 구분 되는건가? 

- 처음에는 멤버들이 탈퇴 한 이후 똑같이 내가 하는 작업 임에도 이건 크랜필드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못 하겠더라. 갑자기 “내가 크랜필드다”라는 지점을 받아들이기까지 고민이 생겼었다. 그래서 탐구생활작업이 좀 더 수월했다. 탐구생활은 중구난방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 볼 요량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추구한다기보다 평소에 나올 수 있는 나의 모든 것. 나는 이것을 생존이라고 표현하는데 정확하진 않은데 아무래도 이렇게 밖에 표현을 못 할 것 같다. 반면에 크랜필드는 내가 그리고 있는 “추구”가 있다. 완벽한 추구물을 꿈꾸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차이는 분명하다. 나 스스로는 탐구생활은 수필이고 크랜필드는 소설이라고 분류한다.

 더불어 크랜필드는 1인체로 계속 갈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추구 점 내에서 내가 표현할 수 없는 곡들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재미있는 작업을 이어가려고 한다. 그렇게 준비하면서 공연이 가능한 형태를 만들 수도 있긴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새로운 곡들을 준비하면서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을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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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08 : 지난해 11월 ,12월에 발표한 탐구생활 ‘불꽃들이 터지면’, ‘꿈꾸지 않아도’ 싱글 커버)

 

Q. 앞으로의 계획과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최근에 더욱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다. 레이블 없이 혼자 하므로 모든 면에서 더욱 노력하려 한다. 피로도는 더 커졌지만 음악적인 고민과 욕심은 더 커졌다. 편곡 과정을 예전보다 훨씬 더 길게 가져가면서많은 시간을 들여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이를 통해 나오는 작업물에 만족을 느끼고 있다.  

 곧 싱글이 발매(3월 7일)되고, 준비된 곡들을 계속 작업해 발표할 생각이다. 공연이 가능한 형태도 좀 먼 계획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예전 곡을 들을 때면, 공연 당시의 모습이 그림처럼 떠올라서,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공연과 창작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 때 라이브를 할 것 같고 우선은 스튜디오 작업을 많이 하려고 계획 중이다앞으로의 목표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내 템포에 맞게 해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과거에는 알지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인터뷰 : 전민제(168 편집장/applause@onair16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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